‘Bunnytas’는 무의식의 영역인 꿈에서 비롯된 기괴한 환상과 토끼라는 페르소나의 생태적 특성을 결합하여, 고통의 침잠과 이질적인 생명의 분출을 탐구하는 정물 작업이다. 작가에게 토끼는 단순한 선호의 대상을 넘어 성격적 유대감을 공유하는 존재론적 실체이다. 극한의 위기 상황에서도 비명을 지르지 않는 토끼의 ‘침묵하는 생태’는 내면의 파동을 억누르며 인고하는 작가의 자아와 맞닿아 있으며, 본 작업은 이러한 침묵의 페르소나를 통해 고통이 형상화되는 찰나를 포착한다.
작업의 모티프가 된 ‘몸에서 버섯이 자라나는 악몽’은 주체의 의지와 상관없이 증식하는 생경한 공포이자,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가 무너지는 초현실적 경험의 시각화이다. 화면 중앙에서 토끼의 신체를 관통하며 돋아난 기괴한 구조물들은 파괴적인 고통인 동시에, 소멸해가는 생명 위로 덧씌워진 새로운 존재의 역설적 발현이다. 쏟아지는 붉은 액체는 생명력의 손실을 의미하는 혈흔인 동시에, 변형된 자아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서적 유체로서 화면에 팽팽한 긴장감을 부여한다.
이 작업은 17세기 정물화의 ‘바니타스(Vanitas)’ 양식을 차용하여 삶의 유한함과 허무를 사유함과 동시에, ‘Bunnytas’라는 언어유희적 명명을 통해 현대적인 상징성을 획득한다. 고전적인 구도 속에 배치된 잔혹하면서도 탐미적인 형상들은 관객으로 하여금 억눌린 침묵 끝에 터져 나오는 내면의 소리에 직면하게 한다. 이를 통해 관객은 연약한 생명체에게 가해진 인위적인 변형과 그 안에서 피어나는 기괴한 생명력 사이의 균열을 목도하며, 우리 내면에 잠재된 불안과 변모의 과정을 다시금 숙고하게 된다.